6월 18일 평화의 날 행사

저희는 지난 6월 18일에 일생일대의 이벤트를 치렀습니다. (규모가 아니라 제 딴에 붙인 의미가 그렇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하고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를 했어요, 이게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날 저희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영국인 브라이언 호프씨를 우리 학교에 초대했습니다. 이분은 ‘영국한국참전장병협회 (BKVA)' 맨체스터 지부장을 지낸 분으로 저와는 4-5년전부터 가깝게 교류하는 분입니다. 몇달 전에,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이러 저러한 학교 교장이라고 하니까, 한번 와 보고 싶다고, 자기 평생 북한사람들을 다시 만나보는 게 소원이었다고 하셔서 학교로 초대했지요. 그게 시작이 되어 조금씩 일이 커졌습니다.... (나중에 브라이언에 물었어요. 왜 북한사람을 만나고 싶었냐고요? 그분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그 사람들 얘기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니?")

브라이언은 먼저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자신이 겪은 한국 전쟁의 기억에 대해 강의했어요. 사실 우리 학생들에게 6.25전쟁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걱정이 좀 있었어요. 한국학생들에게 한국전쟁을 가르치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데 (북한군의 남침과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항전), 남한과 북한출신 부모님이 있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걱정이 많았는데, 괜한 기우였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은 초롱 초롱 경청하고 아이다운 질문을 (예를 들면, 가슴에 달린 훈장이 뭐에요? 어떤 훈장을 제일 좋아해요?) 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숙제 같은 것을 받은 기분입니다. 남북한 주민이 함께 사는 상황에서 분단과 전쟁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그것도 고민해야 할 중요한 질문이 되었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아이들과 함께 행진해서 전몰장병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이었어요. 이 행사는 '우리편' 전사자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분단과 갈등, 전쟁으로 고통받은 '모든' 분들을 기억하는 행사라고 안내하고, 주변에 참석을 권유했는데, 결과적으로 킹스톤시 시장부부, 킹스톤 카운슬 공무원, 여러 한인단체들, 시민 들이 40명쯤 참가했고, 우리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 약 40명쯤이 모여서 제법 성대하게 치렀어요. 이날 킹스톤경찰관은 우리 학교 학생들의 행진을 위해서 교통도 통제해 주었지요..... 행사장에는 가야금과 바이올린 연주자가 '아리랑'을 함께 연주했습니다. (가야금은 우리와 이 행사를 함께 주관한 한국문화예술원의 임형수원장님과 지순희할머님이 연주했는데, 임원장님은 남한분이고, 지순희님은 북이 고향입니다. 바이올린 연주가 알란씨는 사촌형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고 그 인연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연주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 특히 북한분들이 많았는데, 다들 눈물을 흘리셔서.... 분단과 전쟁은 정말 모두에게 상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우리 학교 이야기를 만든 <런던한겨레학교연대기> 다큐를 상영했어요. 이게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7년동안 우리 학교를 찍은 것을 60분으로 압축한 필름인데, 이 상영회에는 한국대사관 총영사, 한국교육원장을 비롯한 한국인들과 킹스톤시장과 우리 학교가 빌려쓰는 교회 목사님 등 영국인들 100명이 모여서 봤어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우리가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뭏든 각자에게 여러 질문을 하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행사를 돌이켜보면 가장 큰 성과는 우리가 "보였다"는 것 같아요. Finally we are seen. 그동안 보이지 않았거나, 잘못 보았던 학교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 소수자는 단지 그것을 얻기위해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생각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이제 거기 다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 다큐멘터리를 한국에서도 상영할 방법을 찾고 있어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서울에서는 상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톨릭 민족화해위원회가 나서주셨고, 인연이 닿은 대학들에서 상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상영장소와 날짜가 정해지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영국 땅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실험이 한국에서 평화와 화합을 고민하는 분들께도 참조할만한 사례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학교는 여러 분들의 마음이 모여서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것 같습니다.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지금까지 배우고 경험한 것을 여기에 쏟고 있는 것 같아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작은 학교 하나가 할 수있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신나는 일이 생기면 또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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