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최종 수정일: 2월 18일

새싹반 (만4세) 친구 J가 필통을 들고 큰소리로 울고있고, 선생님 두분이 아이를 달래느라고 복도가 시끄러웠습니다. 담임선생님 말이, 같은반 S의 필통을 가지고 자기 거라고 한답니다. 제가 얘기해보겠다고 해서 선생님들은 교실에 들어갔는데, 저도 별로 달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도 서럽게 울면서 "아니야, 아니야. 이거 내거야!"를 외쳐서 그냥 옆에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좀 진정이 되는가 싶어서, "이거는 다른 친구거야. 자 안에를 보자"그리고 필통을 열었더니, 아이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다시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내거 아니야. 이게 왜 여기있어!" 그러면서 필통 속에 있는 지우개를 내동댕이 쳤어요.


그때 떠오른 생각! '이 아이는 떼를 쓰는 게 아니라,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필통 사진을 찍어서, 아이 엄마에게 카톡으로 보냈어요. "혹시 J가 이런 필통을 가지고 있나요? 다른 친구 필통을 자기 것이라고 해서요. 통화 가능하세요?" 엄마와 통화를 하고, 자초지종을 파악하니, 두 아이가 똑같은 필통을 있었던 겁니다! 이제 이해가 되었습니다. J입장에서 보면, 내 필통인데 선생님들이 내게 아니라고 말하고, 심지어는 다른 연필과 지우개가 들어있었으니,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뛰게 답답한 노릇이었겠죠. 다행히 J 집이 가까이 있어서, 아이 필통을 가져오실 수 있냐고 여쭤보니, 알겠다고 곧 필통을 들고 뛰어오셨어요. 필통 두개를 본 후에야 아이도 상황을 이해했습니다.


J가 가지고 있던 필통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면서, S에게 고맙다고 말했어요. 그 아이 입장에서도 속상했을 수 있는데, "이거 잠깐만 J가 가지고 있게 해주자. 선생님이 좀 있다가 꼭 돌려줄께."라고 말했을 때 선선히 그러라고 했거든요. S까지 울면서 속상해했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는데), 정말 난감했을 뻔 했는데 아주 의젓하게 이해해 주었습니다... 20분만에 상황이 종료되어 학교는 다시 평화를 찾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여러 일들이 일어납니다. 시시비비도 가려야 하고, 얘기를 잘 들어 줘야하고, 자기 표현을 잘 못하는 아이의 입장에서 사태를 파악해야 하고, 우는 아이를 달래야 하고. 그래도 잘 해결되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도 내내 웃음이 나왔습니다. J의 입장에서 보니, 처음에 이렇게 억울한 일이 없었겠다 싶었습니다. 내 것임에 틀림없는데(!) 사람들이 다 그게 아니라고 하니! 더우기 내가 모르는 물건이 들어있으니! 어른들이 비슷한 일을 겪으면 스릴러 영화 소재가 될법한 일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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